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신 성적 체계가 기존의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단순화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지나친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이나 자기주도적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고교 현장에서 이 제도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시각이 다르고, 지역·학교별 격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번 글에서는 고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내신 5등급제의 실제 효과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성적 분포 단순화가 가져온 경쟁 구조의 변화
내신 9등급제에서는 0.1점 차이로도 등급이 갈리는 경우가 흔했고, 특히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치열한 점수 경쟁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 현장은 ‘한 문제로 등급이 갈리는 전쟁터’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5등급제로 단순화되면서 점수의 세밀한 차이가 등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93점과 97점이 1등급과 2등급으로 갈렸지만, 5등급제에서는 동일한 등급으로 묶일 수 있다. 이는 상위권 학생들의 과도한 점수 경쟁을 줄이고, 중위권·하위권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제 교사들의 반응을 보면 “학생들이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린다는 부담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등급 간 단순화로 인해 대학이 학생을 평가할 때 세밀한 성적 변별력이 약화된다는 우려다. 특히 상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동일한 등급 안에서 학생들을 가려내야 하므로, 면접·논술·비교과 기록 등 다른 요소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즉, 단순화가 학생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또 다른 경쟁 요소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교실 수업 문화와 학습 태도의 변화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수업 현장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에는 시험 한 번, 문제 한두 개로 등급이 갈리는 구조 탓에 학생들은 수업 시간 내내 ‘시험 대비용 공부’에 집중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서는 성적 차이가 일정 범위 안에서는 동일 등급으로 묶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거나 토론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어차피 점수 몇 점 올려도 등급이 안 바뀐다”는 무력감 때문에 학습 동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조금만 성적이 올라가도 한 등급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중위권 학생들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상위권 학생 중 일부는 “등급 변별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내신 공부보다 수능이나 외부 활동에 더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내신의 무게가 줄어든 만큼 ‘내신 중심 학습 문화’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제도 취지와 달리 오히려 고교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3.사교육, 지역 격차, 대학 선발 방식의 새로운 변수
내신 5등급제 도입은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교육부는 경쟁 완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학의 선발 기준이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사교육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만약 대학들이 변별력이 약해진 내신 대신 수능, 면접, 비교과 기록에 더 주목한다면, 관련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논술·면접 대비 학원, 비교과 스펙 관리형 프로그램 등이 확대될 수 있다. 즉, 내신 부담은 줄었지만 다른 영역에서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학교 간 격차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일부 교육계에서는 “등급이 단순화되면 지역 일반고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과 같은 등급 안에서 경쟁할 경우, 여전히 학교 간 수준 차이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학생부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이나 활동 기록에 더 비중을 둔다면, 학교별 지원 여건 차이가 그대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8 대입 개편으로 도입된 내신 5등급제는 분명히 학생들의 과도한 점수 경쟁을 줄이고, 수업 현장 분위기를 조금은 여유롭게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의 선발 방식 변화, 사교육 시장 재편, 지역 격차 심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고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실제 효과는 ‘경쟁 완화’라는 단순한 구호로 설명하기 어렵다. 학생과 교사의 학습·수업 문화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대학 입시라는 현실적 구조 속에서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는 대학, 교사, 학생 모두가 새로운 틀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