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시대의 글쓰기 교육 창의성과 진위 구별하기
1.인공지능 시대, 글쓰기의 새로운 도전
21세기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입니다. 특히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의 글쓰기 교육 방식에 근본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글쓰기 능력이 개인의 사고력, 표현력, 창의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AI가 몇 초 만에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글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글쓰기의 효율성 향상을 넘어, “누가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학생이 직접 쓴 글과 AI가 쓴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교사는 학생의 사고 과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대학 입시, 논문, 보고서와 같은 공식 문서에서 AI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교육계는 새로운 평가 기준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위협만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 동반자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반복적 글쓰기 훈련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이 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를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올바르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2.창의성 교육: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빠르고 정교하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AI는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단어를 예측해내는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즉,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거나 독창적인 경험을 담아내는 데는 취약합니다.
예를 들어, “나의 첫 여행에서 배운 것”이라는 주제로 글을 쓸 때, AI는 수많은 여행 경험담을 일반화해 자연스러운 글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특정 학생이 겪은 고유한 감정과 깨달음,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된 교훈까지 그대로 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글쓰기 교육에서 AI와 인간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3.AI의 역할: 문장 구조 정리, 맞춤법 교정, 글의 흐름 제안, 자료 요약
학생의 역할: 개인적 경험, 창의적 해석, 독창적 문제 제기, 새로운 관점 제시
창의성을 교육하기 위해 교사들은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반드시 자신만의 사고와 감정을 반영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AI 보조 글쓰기 수업’ 같은 새로운 교육 방법론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학생이 AI가 생성한 초안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사례와 논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글을 완성하는 것을 넘어,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풍부한 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즉, AI는 글쓰기의 도구이지 주체가 아니며,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와 창의성이 중심에 있어야 함을 교육 과정에서 끊임없이 강조해야 합니다.
진위 구별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챗GPT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서 또 하나 중요한 화두는 진위(眞僞) 구별 능력입니다. AI는 그럴듯한 글을 빠르게 만들어내지만, 사실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역사적 사건을 설명할 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나 연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왜곡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글을 읽는 사람이 비판적 사고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글을 쓰는 기술뿐 아니라, 정보를 검증하고 진위를 가려내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출처 확인 훈련
학생이 작성한 글에서 인용한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학술적 출처나 공식 데이터에 기반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팩트체크 도구 활용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팩트체킹 서비스, 학술 데이터베이스, 오픈 액세스 저널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비판적 읽기 교육
AI가 제시한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과 맥락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챗GPT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에서 벗어나, 정보를 해석하고 검증하며, 창의적 사고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진위를 가려내는 힘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이며, 이는 학생들이 평생 학습자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챗GPT의 등장은 글쓰기 교육에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옵니다. AI가 글쓰기의 많은 부분을 대신할 수 있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와 고유한 경험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또한 AI가 만들어내는 정보 속에서 진위를 가려내는 능력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생존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쓰기 교육은 AI 활용 능력 + 창의적 글쓰기 + 비판적 정보 해석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AI와 협력하면서도 자기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올바른 정보 위에 창의적 사고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챗GPT 시대 글쓰기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